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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도광수의 여행/경상도 & 강원도

부자 설악산 산행기 2편 // 비 내리는 설악산

by 또도광수 2023. 5. 2.

[아버지의 부자 설악산 산행기]

 

 

[부자 설악산 산행기 - 2일 차]
-2008.10.04-

 

 4일 아침, 몇 시나 됐을까? 잠 안 자고 일찍 등산을 시작한 사람들 때문에 잠을 설쳐서 일어났습니다. 주위를 살피니 아름다운 설악산을 운해가 가득히 감싸고 있더라고요.
 4시 30분경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출발하고 1시간 정도 걸으니 새벽이 어렴풋이 밝아 왔습니다. 어디서 중간쯤 자리 잡고 아침을 해결해야 하는데 자리가 없더라고요. 얼떨결에 부자간이 아침밥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버너, 코펠을 펴놓고 아침 식사 준비했습니다.

 

 식사 후 출발. 6시경 새벽은 완전히 밝았습니다. 운해 사이로 설악산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중간중간 아들은 씩씩하다고 칭찬하는 어른들의 귀여움을 받으면서 마등령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한발 한발 나아갑니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한 쌍의 부부를 만났습니다. 말투를 듣더니 고향을 물어보길래 "충남 대천요. 아주머니는요?" 물으니 충남 홍성이란다. "저도 홍성은 조금 알어요." 말하며 고등학교 친구들 이름을 꺼내니, 아주머니는 고등학교 친구의 사촌 누님이더라고요.

 공룡능선 중간쯤에서 우리 부자는 친구 사촌누님 부부와 동행을 시작했습니다. 중간중간 쉬면서 행동식도 같이 나누어 먹고, 부탁도 드렸습니다. 한계령에 제 차가 있는데 태워줄 수 있냐고요. 한계령으로 넘어갈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운해 사이로 외설악의 범봉, 내설악의 용아장성 단풍이 무척 아름답더라고요.

 어느덧 마등령 등산객들의 모습이 가득합니다. 11시경 모든 행동식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배낭이 무거워 물을 버리려 하니 아들이 못 버리게 합니다. 하산하면서 물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하냐며 이럴 땐 저보다 산행을 많이 해본 것 같더라고요.

 1시간 휴식 후 설악산 소공원으로 하산합니다.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하산하는데 등반길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하산하지만, 오르는 등산객들은 힘들겠더라고요. 마등령과 비선대 중간 사이 우리의 온 길을 되돌아보니 구름이 산허리에 걸려 지금 당장이라도 비가 한줄기 시원하게 뿌릴 것 같았습니다.

 설악의 단풍은 구름 사이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중간중간 자랑하듯 내보이는 아름다운 단풍의 편린을 친구의 누님은 사진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더라고요. 

 정신없이 내려오니 금강굴 위치에서 아들한테 혼자 가서 금강굴을 보고 오라 했더니 두말없이 혼자 올라가더라고요. 일반인도 무서워하는 금강굴 철사 다리을요. 그사이 짬 내서 친구의 누님 부부에게 옛적에 장군봉 등반하던 기억을 자랑삼아 넉들이 합니다.


 비선대 700m의 하산 길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얼마나 가파른지 ~~
 비선대에 도착하니 전국의 온 국민이 설악산에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인산인해입니다.

 사람 사이로 피해 내려가던 중간쯤에서 친구 누님부부는 피로에 지친 발과 다리를 계곡물에 담더라고요. 그러면서 잠시 쉬어갑니다. 하늘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오후 4시경에 소공원 도착 ㅎㅎ
소공원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었습니다. 친구 누님부부에게 여기 말고 척산 온천 쪽으로 가 온천 하면서 식사하자고 건의하니 흔쾌히 받아들이더라고요. 친구 누님의 승용차를 타고 소공원을 나오는데, 반대편 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더라고요.

 척산 온천으로 가는 도중 빗방울은 더욱 커져서 내립니다. 척산 온천에 도착하여 바라본 설악산 풍경은 엄청난 먹구름이 웅장한 산 하나를 먹어 삼켰더라고요. 온천 식당에서 식사하고 식사비를 지불하려 했습니다. 친구의 누님은 이런 자리까지 와서 동생의 친구 부자지간에 밥 한 끼 살 형편은 되니 됐다고 하면서 거절하셨습니다. 온천장에서 누님의 부부가 값을 다 지불했습니다. 마음이 짠합니다.

 온천장에서 1시간 30 정도 온천을 즐기며 피로를 풀어봅니다. 온천을 끝내고 나오니 한줄기 비가 지난 것처럼 주차장 바닥에 흥건하게 물이 고여있습니다. 속초 대포항으로 이동, 차 안에서 이틀 동안의 산행 이야기가 끝이 없습니다.
 조금 늦어졌으면 산에서 비를 맞았을 거라 하면서, 비 피해 산행을 잘했다면서 자화자찬합니다. 그리고 친구누님 부부는 우리 아들을 하늘 높이 띄워주셨다. 씩씩하다면서, 어른들도 하기 힘든 2박 3일의 설악산 종주를 칭찬해 주신다. 난 조금 삐졌다. 아들만 칭찬하니 조금 징징거린다. ㅎㅎㅎㅎㅎ

 행복이 넘치는 아들과의 질투다.

 어느덧 대포항에 도착하여 어판장 여기저기 눈요기합니다. 누님의 부부가 작은 횟집에서 횟감을 가지고 흥정합니다. 잠시 후 식탁 위 가득히 회 접시가 오릅니다. 아들, 저, 친구 누님 부부 넷이 맛나게 먹었습니다. 저는 미안한 마음에 덜 말린 오징어 20마리를 친구 누님 차량에 실어줍니다.

 6시 30분경 대포항을 뒤로하고 한계령으로 출발. 저녁이라 한계령 가는 길이 멀어 보입니다. 꼬불꼬불 한계령 길.
 7시 20분경 한계령에 도착하니 안개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가득합니다. 차량에서 내리니 무척 추워 아들은 차에 바로 태우고, 저는 친구 누님과 전화번호를 교환한 후 서로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누님의 폰번이 제 휴대폰에 저장이 안 되었습니다. 큰일이다.

 아무 생각 없이 차량을 운전하는데 피로가 엄습합니다. 잠시 쉬었다 가자. 휴게소에 도착하여 차에서 선잠이지만 잠시 잠을 청해봅니다. 몇 분을 잤을까??? 눈을 비비면서 출발.

 

서울 집에 도착하니 4일 날 밤 12시경. 집에 돌아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깁니다.

소리 없이 일반인도 어려워하는 2박 3일 설악산 등산을 같이해준 우리 광수 ~~
힘든 산행길에서 만난 고등학교 친구의 사촌 누님 부부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 길을 통해서 친구의 누님을 일주일 만에 찾았습니다.

지금까지 서툰 산행기를 끝까지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악산 산행 루트]
한계령~~서북릉 일부~~끝청~~중청 산장~~대청봉~~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 와선대~~소공원~~척산 온천~~대포항~~한계령

총산행 시간 : 22시 30분 (이 시간은 설악산 공원의 시간입니다 )
우리 부자간의 시간은 27시간~~30시간 정도

총산행 거리 : 한계령~~~대청봉 8.4k / 대청봉 ~~~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소공원 22.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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