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또도광수의 여행/경상도 & 강원도

부자 설악산 산행기 1편 // 단풍 드는 설악산

by 또도광수 2023. 4. 26.

안녕하세요. 또도광수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했던 설악산 산행을 가끔 추억합니다.
아버지가 적었던 설악산 산행기를 아들의 블로그에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아버지의 부자 설악산 산행기]

 

 

[부자 설악산 산행기 - 1일 차]
-2008.10.02~03-


 10월 2~4일 3일간 연휴, 오래간만에 아들과 둘이 함께 설악산을 등산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대단하더라고요. 간단히 설악산 산행기 올립니다.
 
 2일 밤 24시 한계령에 도착해 차 안에서 선잠을 청했습니다. 3일 새벽 차 안에서 챙겨 온 아침밥을 해 먹고 6시경 대청봉으로 출발했습니다. 단풍은 많이 들지도 않았지만, 눈요기는 되더라고요. 설악산을 10회 이상을 왔었지만, 설악산 전체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날씨가 무척 좋아서 지루한 능선을 거침없이 지나왔더라고요.

 7~8시간 걸쳐 중청 산장에 도착하여 간단히 햇반으로 점심을 해결하였습니다. 배낭은 중청봉 산장에 놓고 간편한 몸으로 대청봉을 오릅니다. 몸이 한결 가벼워 날 것 같습니다.

 대청봉에서 간단히 사진 촬영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희운각으로 하산하니 오후 3시경. 물도 많이 줄어서 약수를 받아 저녁 식사를 준비합니다. 아들은 이런 산행이 처음일 겁니다. 저도 몇 년 만에 산에서 코펠과 버너로 식사 준비했습니다.

 저녁을 먹는데 소리 없이 밥을 먹는 아들을 보니 아빠로서 안 돼 보이더라고요. 집에 있으면 TV, 컴퓨터에 정신없을 텐데요. 모든 국립공원은 취사와 야영을 못 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사고 때문이라고 관리공단 직원이 스피커로 방송하네요.
 

 


 오후 4시경 희운각 대피소를 출발하여 공룡능선으로 출발. 1시간 정도 등산을 하니 몸도 지치고 아들의 처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안타까워 최대한 빨리 잠자리 잡자 마음먹는데 비박(텐트 안 치고 침낭 속에서 잠자는 것) 자리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나 마음먹고 조금만 더 가는 수밖에.
 조금 걸으니 우리 부자가 딱 붙으면 자리할 수 있는 공간에 짐을 풀었습니다.

 피곤한 몸이 따뜻한 침낭으로 들어가니 아들은 소리 없이 뒤척이다 잠들더라고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능선상에서 한 비박이라 바람이 엄청나 불었습니다. 텐트의 프라이로 아들과 제 침낭을 덮고 잠들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바람이 더욱 거칠어지더라고요. 큰 모래알, 작은 모래알 할 것 없이 우리 부자의 잠자리를 덮쳤습니다.
 
 바람 소리에 오후 8시경 잠에서 깨어 곤히 잠든 아들을 깨웠습니다. 부자간에 비박하면서 대화하니 '아들이 컸으면 대화가 더욱 수월했을 텐데'라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들은 하늘을 보면서 구름 사이로 보이는 별이 무슨 자리, 무슨 자리라며 이야기합니다. 저도 어릴 적엔 많이 알던 별자리입니다. 그래서 아들 아기 때 자주 불러줬던 '섬집 아기' 노래를 불러줬더니 따라 부르더라고요. 그러곤 거북이의 '빙고' 노래를 불러 주면서 노래 한 구절을 알려줍니다. "아빠 따라 해 봐요"하는데 못하겠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갑니다.
 몇 시나 됐을까??? "아들아 피곤하니? 잠을 자자"하면서 토닥거리니 부자간 하루의 긴 여정이 설악의 품으로 들어갑니다

 
[설악산 산행 루트]
한계령 ~~ 서북릉 일부 ~~ 끝청 ~~ 중청 산장 ~~ 대청봉 ~~ 희운각 ~~ 공룡능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