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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도광수의 여행/경상도 & 강원도

벚꽃 축제가 되돌아온 진해 군항제 [1 일차] // 여기가 벚꽃 사진 맛집이라며?

by 또도광수 2023. 3. 29.

[진해 군항제 여행기 - 1일 차]

[출처] 한국관광공사 갤러리 라이브스튜디오

 

 군항제, 모두가 동의하는 대한민국 벚꽃축제 명소. 23년 3월 25일 토요일, 27년 인생에서 드디어 진해를 여행하게 되었다. 벚꽃 가득한 진해는 솔로 시절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마굴이었다. 하지만 커플인 지금 그곳엔 꿈과 희망 넘쳐날 것 같다. 로망의 실현을 위해 낭만 넘치는 군항제로 출발했다.

 

 울산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창원시청까지 약 1시간 40분 넘게 걸린다. 우리는 편안한 여행을 위해 목적지까지 자가용을 운전했는데 12시쯤 시청 근처에 예약한 센트럴호텔에 도착했다. 뉴올림피아상가 8층에 있는 호텔로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 후 창원 여행을 시작했다.

 


 창원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번화가에 추웠다. 봄의 이미지에 맞는 밝고 얇은 옷을 입고 갔는데 1층에 올라가니 바람이 차가워 우왕좌왕했다. 차에 내려갔다 올라오기를 반복하길 3번 드디어 호텔 건물을 벗어났다. 아직은 자리 잡은 겨울의 텃세가 남아있는 봄이었다. 구름 가득한 하늘은 벚꽃을 보러 온 여행자들에 심통을 부리는 모습 같았다. 점심 먹을 식당은 상남시장 옆 오봉집 상남점으로 걸어서 14분 거리이다. 창원 번화가에 위치하는데 걸어가면서 건물을 구경하며 창원의 밤을 상상했다. 호텔이 상가에 있어서 그런지, 점심을 번화가로 먹으러 가서 그런지 울산보다 발전된 느낌을 받았다. 부산과 울산 그 어디쯤 있는 느낌이었다.

 


 중식으로 먹은 오봉집. 과거에 여자친구가 울산점을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솔직히 까먹었다. 말로는 기억해서 식당을 이곳으로 정했다고 했으나 겉에는 당황한 티가 다 났을 것이다. 직화 낙지볶음 2인분과 보쌈 정식 1인분을 주문해 기분 좋게 식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배부른 배를 부여잡고 먼저 카페 더벤티로 갔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후 올리브영에 방문하고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탑텐을 방문했다. 내가 너무 추위를 많이 타서 안에 입을 히트텍을 구매하러 탑텐에 왔으나 봄이라 히트택은 매장에서 철수했고 하는 수 없이 긴팔 티를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짜증이 조금 났다. 히트텍 대용 제품을 선택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그 몇 분도 아쉬웠나 보다. 그러나 밤에 가보니 날씨가 추워져 옷을 사는 게 맞았고, 짜증을 받으면서도 화 하나 없이 이쁜 옷까지 신경 써서 골라준 그녀한테 너무 미안고 고맙다. 옷을 안에 받쳐 입고 밖으로 나오니 이제는 좀 살만해졌다. 옷 하나에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 대한민국 vs 콜롬비아 경기를 본 후 기숙사에서 후기를 적다가 늦게 잠에 들었다. 그 여파로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피곤했다. 수면제를 먹은 듯 눈이 무겁고 머리에 스모그가 낀 느낌이 계속 이어지기에 보통은 오로라민 C를 애용하지만, 오늘은 핫식스를 먹었다. 좋은 효과를 기대한다.

 


 창원호텔 버스 정류장에서 진해로 들어가는 751번 버스를 기다렸다. 창원과 진해 사이에는 장복산이 위치한다. 두 도시를 가로지르는 산으로 인해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괜히 '마창진' 한 게 아니었다. 지도에서 보는 마산도 가깝다는 느낌은 안 든다. 서울과 다르게 배차간격이 길고 버스의 노선이 적다 보니 도착한 버스에 사람이 꽉 차 있었다. 날이 날인만큼 버스를 많이 배차했으면 어떨까 싶다. 억지로 통로에 자리 잡고 버스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금방 더워졌다. 진해로 가는 길 차가 막혀있다. 내 생각엔 차가 길을 꽉 막아서 못 움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적어서 놀랐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문 밖 풍경을 구경하다 보니 진해에 도착했다.

 


3시쯤 버스에서 내렸다. 벚꽃축제 구경하기 힘들다. 막 도착했는데 3시에 진이 다 빠진 기분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바라본 진해의 첫인상도 '뭐 없다.'였다. 왜냐면 진짜 버스 정류장엔 뭐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도를 따라 걸어가니 지도를 따라 걸어가니 멀리서 수많은 벚꽃과 인파가 보였다. 드디어 여행의 시작이다.

 


진해내수면 공원에서 여좌천 로맨스다리 쪽으로 내려가는 동선을 구성했는데 진해내수면 공원은 아직 벚꽃이 개화를 거의 안 해서 잠깐 둘러보고 패스했다. 여좌천 진해 벚꽃길, 명성 그대로 벚꽃이 화려했다. 만개하기 일보 직전이라도 핀 벚꽃의 양이 많으니 사진 속에선 이미 만개한 느낌이다. 어디서 찍어도 잘 나오고 여좌천을 건너는 다리는 사진 촬영 장소로 사람들이 줄을 서가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여좌천을 호위무사처럼 감싸고 있는 양쪽 벚꽃이 다 담기는 사진을 보면 감탄만 나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사진을 찍다 보니 배터리가 금방 없어졌다. 아까 차에서 보조배터리를 안 챙긴 것을 생각한 우리는 사진을 아껴 찍기 시작하며 여좌천을 따라 걸어갔다. 여좌천 옆, 천막을 길게 친 곳에 각종 매대가 들어섰다. 주전부리부터 시작해서 음식, 행사 팸플릿 및 이벤트, 벚꽃 기념품들. 축제에 맞게 벚꽃 머리핀을 사준 다하니 여자친구는 질색했다. 이쁘기만 한데 말이다. 앞에 엄청나게 큰 솜사탕을 들고 사진 찍는 관광객이 보였다. 얼빠진 얼굴로 쳐다보니 사장님이 사진 찍는 용도로 만든 것이라며 얼른 포즈를 잡으라고 말씀하셨다. 냉큼 받아 들고 카메라를 쳐다보자 옆에서 사장님이 비눗방울도 바람 타고 날려 주셨다. 기분 좋은 사진을 찍고 솜사탕을 먹으 매대를 자세히 보니 옆에 타코도 팔고 있었다. 귀한 사진을 얻었으니 보답하는 게 인지상정. 타코 하나를 시켜 먹었다. 사실 아쉽긴 했다. 옆에 나초와 맥주도 팔았는데 타코만 먹고 일어나야 하는 현실이 말이다. 일찍 왔다면 맥주까지 탐했을 것이다. 타코의 맛은 타코 맛에 라임 향에 케밥이 섞여있는 느낌이었다. 맛표현이 별로인 것을 알지만 그냥 그런 맛이다. 뭘 더 바라겠는가. 기분 좋게 허기를 채우며 출발했다. 창원을 홍보하는 관광 캐릭터 버찐이도 만나고 벚꽃과 사람을 구경하며 걷길 잠시 캐리커쳐를 그리는 행사장이 있었다. 그동안 캐리커쳐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해보진 않았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그녀와 함께 있어서 앉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자리에 앉아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얼마 안 지나 그림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바로 액자까지 넣어달라고 요청하며 금액을 지불했다. 나한테 재능이 없는 미술 쪽이라 그런지 더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예쁘게 그려진 그림과 사진을 찍으며 이 순간을 또 추억에 남겼다. 각종 행사장에선 이벤트를 했는데 운이 좋은 것인지 돌림판에서 틴트 2개, 로션 2개를 얻었다. 캐리커쳐 금액은 건진 것 같다. 또 다른 곳에선 다트 던지기를 해서 쇼핑백 같은 큰 가방도 받았다. 이래저래 주머니가 두둑해진 축제가 되었다. 차에서 가방을 메기로 한 선택이 신의 한 수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길의 끝에 다 달았다. 다음 계획은 경화역에 가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으나 시간과 휴대폰 배터리가 애매해 내일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을 못 찍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획이 떠버린 우리는 방황했는데 결국 저녁을 먹기로 했다. 길을 걸으며 맛집을 검색했고 그렇게 정한 아구불고기 맛집 '이동찜집'을 가기로 했다. 버스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버스 정류장은 중원 로터리 쪽에 있었다. 얼떨결에 방문한 중원 로터리. 이곳도 벚꽃축제가 한창이었다. 이곳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에 남았다. 군과 관련된 도시인만큼 K9자주포도 길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해군에 K9 자주포? 

 

 

 버스를 타고 도착한 55년 전통 이동찜집. 아구 불고기에 맥주 한잔을 곁들여 저녁을 맛있게 먹고 식당에서 나왔다. 서로 피곤하지만, 오늘을 이렇게 끝내긴 아쉬워 진해루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진해루 해변공원 또한 축제였다. 해변공원 초입부터 사람이 가득했다. 천막 치고, 주전부리 팔고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한잔을 걸치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액티비티, 상품, 행사, 공연 등 볼거리는 많아졌다. 끝까지 같다가 되돌아오는 길 농구 게임을 한판 했다. 4개 중 4개 넣으면 큰 인형, 3개 넣으면 작은 인형을 주는 게임인데, 농구를 좋아하는 나로선 4개 다 넣고 싶었다. 3개까진 아리송한 마음으로 던져 골대에 집어넣었는데 4개째에서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맞고 튕겨 나오는 공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하지만 여자친구는 작은 인형 하나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앞으로 인형을 사줘야겠단 생각이 든다. 구경을 마치고 이동찜집 앞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 버스를 탔다. 눈앞에서 버스가 놓치는 참사가 날 뻔했지만, 다행히 버스가 뒤따라 도착했다.

 

 

 숙소로 가는 길 여자친구가 인형을 가지고 장난을 많이 쳤다. 어느새 숙소 앞에 도착했고 편의점에서 맥주, 우유, 과자를 구매해 잘 준비를 마치고 약간의 이야기를 하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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