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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도광수/일상

축구 대한민국 vs 콜롬비아 후기 [23.03.24] // 국가대표 A매치 현장직관 꼭 가야 한다. 두 번 가야 한다.

by 또도광수 2023. 3. 25.

국가대표

 선수에게 국가대표란 어떤 의미일까? 축구선수를 꿈꾸던 어릴 때 나에게 국가대표란 막연한 목표였다. 시간이 흘러 직장인이 되었고 이번에 기회가 되어 그 의미를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A매치 평가전이 울산 문수 축구경기장에서 2023년 3월 24일 오후 8시에 펼쳐진다. 많은 국민의 관심 속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는데 회사 동생이 운 좋게 표를 예매해 같이 가기로 했다. 남들은 웃돈 주고 현장 관람을 하려 하는데, 나는 월차까지 사용해 갈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했었다. 울산에서 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그렇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국가대표'라는 단어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게 뭐기에 선수들은 국가대표를, 월드컵 출전을 꿈꿀까? 과거의 꿈이 어떤 것이었는지 눈으로 확인하러 출발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울산 토박이의 말에 오후 2시에 문수축구장에 도착했다. 주변에 주차하고 축구장으로 걸어갔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조용할 줄 알았으나 생각과는 다르게 부산스러웠다. 한쪽에선 경기 진행에 도움을 줄 안내요원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고, 다른 쪽에선 국가대표 굿즈를 판매할 스토어가 준비 중이었다. 그들 사이 일찍 온 축구 팬들은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대열에 합류해 운동장 한 바퀴를 돌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만약 '축구를 계속하며 국가대표를 달았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갑자기 싱숭생숭 해졌다.

 

 

 경기 시작까지 6시간 전, 그동안 축구장 옆에 위치한 문수 실내 사격장에서 사격하려고 했다. 올라가는 계단이 높고 많아서 힘들게 올라가 도착했는데 A매치로 인한 혼잡이 예상되어 임시 휴장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블로거라면 응당 콘텐츠를 찾아 이동해야 하거늘. 그냥 벤치에 누웠다. 비닐로 사방을 막은 정자가 있어 얼른 들어가 누웠다. 인생 뭐 있나. 가만히 있으니 점점 추워진다. 저녁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차갑다. 살짝 경기 때 춥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경기 입장 전 저녁으로 삼계탕을 먹기로 했었다. 최고의 메뉴 선택이 아닐까 생각한다. 추운 몸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대한민국 넘버 1 보양식 삼계탕. 든든하게 먹고 볼록한 배를 감싸며 결전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온 경기장은 다른 장소로 변해 있었다.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터질 것 같은 분위기로 바뀌어 속속 도착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점점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한적했던 사진 스폿은 사람들로 붐비고 경기장 안에선 응원가가 흘러나온다. 어서 입장해 그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어졌다.

 

 

 6시쯤 입장했는데 경기 시작 전이라 자리는 많이 비어있었다. 하지만 오늘 모든 자리는 각자의 주인을 기다리는 것을 알고 있다. 37,897석, 37,897명의 팬이 오늘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울산 문수축구장에 찾아왔다. 무엇이 그들을 경기장으로 향하게 했을까? 오늘 확인할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문수축구장의 첫 이미지는 강렬하게 다가왔다. 넓게 펼쳐진 필드를 감싼 3만 7천여 석의 자리. TV로 보던 필드 옆 러닝 트랙 있는 종합 운동장이 아닌 축구 전용 구장.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 해외 축구에서 보던 그런 경기장이 한국에도 있었다. 가슴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나도 이런 축구장에서 공을 차는 상상을 하는데 축구 선수라면 이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들 것 같다.

 

 

  어느덧 경기 시작 시간이 되었고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 자리한다. 자리에 가득 찬 팬들은 온 힘을 다해 대한민국의 승리를 소리친다. 저 응원을 필드에서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느낌이 궁금하다. 부담감이 차오를지, 고양감이 차오를지. 팔에 소름이 돋는 와중에 경기가 시작되었고 경기장은 불타올랐다.

 

 경기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전반전 대한민국이 콜롬비아를 압도하며 2대0 앞서나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후반전 얼마 지나지 않아 2대2 동점이 되었다. 초반에 어수선한 경기장과 분위기에 선수들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인지 조직력이 살아나기 전 2골이 나온 것이다. 이후 서로 치고받으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으나 승부는 나지 않은 채 동점으로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TV 속 축구장에 온 팬들은 온 힘을 다해 응원한다. 오늘 나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온몸으로 느끼며 옆 사람들과 선수들과 같이 끓어오르는 경험을 함께했다. TV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도 신나는데, 국가대표를 응원한 오늘의 기분은 어땠을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다음 울산 현대 홈 경기에 시간이 된다면 화면 속 응원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A매치, 확실히 애국심이 끓어오른다. 어느나라라도 지고 싶지 않다. 나는 못 하지만, 그들이 대신 이겨줄꺼라 믿는다. 이래서 국가대표에 열광하는가 생각이 든다.

 

 A매치 기간, 선수들은 국가대표에 승선 여부에 기뻐하고, 좌절한다. 그 이유, 오늘 팬들이 그들에게 보내는 사랑을 본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그 함성, 그 응원, 그 표정. 감히 예상한다면, 필드에서 바라본 팬들의 얼굴이 다 보일 것 같다. 선수라면 누구라도 꿈꾼다. 그러곤 한번 맛보면 계속 갈망한다. 그런 자리인 것 같다. 후보라도 좋다. 나는 국가를 대표하고, 3만 7천여 명은 나를 응원한다. 그 기분 감히 상상할 수 없고 맛보고 싶다.

 

 블로그를 쓰는 지금 꿈을 꾸다 깬 기분이다. 조금 전까지 모두 같은 장면을 보고 울고 웃었는데, 경기가 끝나자 다들 각자의 삶을 돌아갔다. 솔직히 월드컵을 보러 해외까지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의 이 강렬한 경험.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 월드컵 때 내 통장 잔고를 확인해 볼 것 같다.

 

 오늘 꿈에는 국가대표가 된 내 모습이 나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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