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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도광수의 여행/전라도 & 충청도

전주 한옥마을 여행 3편 // 전주 남부시장부터 여행 마무리까지

by 또도광수 2023. 4. 23.

[전주 한옥마을 여행 - 2일 차]

-2023.04.02-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났다. 어제의 피로가 남아있는지 눈꺼풀 무겁고 눈은 떠지질 않는다. 밖에선 부지런한 여행객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아침부터 시작하는 여행, 하지만 우리처럼 점심부터 시작하는 여행도 있지 않겠나. 11시 체크아웃에 맞춰 여유를 부려본다.

 여자친구는 내 코골이 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한탄한다. 잠결에 귀마개를 찾아준 기억까진 있는데 나머진 너무 푹 자서 그런지 기억에 없다. 귀마개를 해도 소리가 뚫고 들려와 나를 때려버리고 싶다더라. 진짜 때렸을 수도 있다. 미안했지만 어젠 너무 피곤했다.

체크아웃 시 짐의 보관이 문제였다. 사장님께 부탁드렸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흔쾌히 보관을 해주셨다. 가방의 무게에서 해방된 우리는 가벼운 몸으로 다시 남부시장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점심으로 '조점례 남문피순대'를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주에 오기 전 지인에게 추천받은 식당, 인터넷에도 수많은 리뷰가 있는 식당, 많은 TV프로그램에 나온 식당. 명성에 걸맞게 길게 늘어선 줄이 멀리서도 보인다. 유명하긴 한가 보다. 바로 앞 다른 피순대 가게가 버젓이 장사를 하고 있으나 사람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여자친구 또한 내키지 않은지 반응이 별로였다.

시장 공용화장실을 가는 길 텅 비어있는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그에 대비되는 길게 줄을 선 식당이 보인다. 사람들이 줄까지 서서 먹는 식당의 이름이 궁금해 간판을 확인하니 인터넷에서 유명한 전주 콩나물국밥 맛집이었다. 역시 유명해져야 한다.
 
 


 생각보다 줄이 빨리 빠졌다. 어느덧 순서가 다가와 기대를 가지고 식당 자리에 앉았다. 순대국밥 2인분에 모듬고기 소. 아무 생각 없이 주문한 메뉴는 양이 많았다. 다 먹을 줄 알았지만 순대국밥 건더기 양이 많아서 모듬고기는 얼마 안 먹고 깔끔하게 포장했다.
 순대국밥은 주변의 평가처럼 너무 맛있다. 선지해장국 맛이 조금 느껴지는 가운데 건더기가 같이 씹혀 맛이 같이 어울렸다. 피순대는 선지 + 순대 느낌으로 식감이 오묘했고,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해장과 동시에 소주도 먹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꼭 먹어보길 바란다. 여자친구는 순대국밥을 포장까지 했다.

 점심을 거하게 먹은 우리는 과거 숭늉을 찾았듯 후식을 찾았다. 식당 앞 '차칸다방'에서 커피와 미숫가루를 주문했다. 우유에 탄 미숫가루의 맛은 쏘쏘. 순간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던 미숫가루가 스쳐 지나갔다.
 카페 옆 계단을 따라 하늘정원으로 올라갔다. 날씨가 너무 좋은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태양빛이 옥상에 반사되어 뜨거웠다. 체감상 초여름 날씨다. 손에 든 차가운 음료가 열기를 식혀주며 딱 걷기 좋은 상태가 유지된다. 여유를 즐기며 청년몰까지 걸어갔다. 문을 연 곳도 있고 닫은 곳도 있는, 밤이면 활발해질 그런 곳. 그렇게 청년몰을 뒤로하고 한옥마을로 돌아갔다.
 
 

 
 되돌아가는 길은 안 가본 길로 정했다. 새로운 풍경을 따라 걸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서 사장님이 운영하는 상점으로 짐을 옮긴 후 소화도 시킬 겸 다시 펌프를 하기로 했다. 가는 길 전주 한옥마을 초입을 지나갔고 비석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었다. 자유로운 계획 속 만나는 작은 즐거움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제와 같이 게임을 시작했고 오늘도 패배를 맛보았다. 농구게임도 했는데, 이놈도 게임이 한번 더 시작됐다. 4번의 펌프와 2번의 농구게임, 온 힘을 다 빼버렸다. 다음 목적지 카카오 프렌즈로 가는 내내 발이 아프고 힘이 없었다.

카카오프렌즈 매장에 가는 길 전동성당이 보였다. 어제가 운이 좋았다. 오늘은 안으로 입장이 가능해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어디를 찍어도 다른 사람이 앵글에 들어왔다. 카메라는 내려놓고 그늘을 따라 걸으며 봄바람을 만끽했다.
 
 

 
카카오프렌즈에 들어가니 눈이 돌아간다. 카카오프렌즈 상품은 없는 게 없었다. 구매욕을 자극하는 상품들이 비치되어 있었고 춘식이 인형의 그 귀여운 모습이 제일 위험했다.

 구경을 마치고 '외할머니 솜씨'라는 카페에 가서 빙수를 먹으며 쉬기로 했다. 또 길을 걸었다. 컨디션은 바닥에 떨어졌고 힘들게 도착한 카페엔 웨이팅 중인 손님이 우리를 반겼다. 다른 곳에 갈 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상태가 똑같을 것 같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금방 빠져서 자리를 앉을 수 있었다.
 
 여기는 흑임자 팥빙수가 유명하다고 했다. 떡고명이 올라간 팥빙수에 흑임자를 가득 뿌렸다. 객관적으로 맛있었다. 하지만 내 취향은 인절미 가루다. 열기를 식히며 여행 사진을 정리했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가 눈에 보일 정도로 표정이 안 좋은 여자친구를 보니 여기서 여행을 마무리할 때라고 느꼈다.
 카페에서 나와 어제 못 먹은 길거리 음식을 마저 사 먹고 짐을 찾았다. 도저히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갈 체력이 없어 택시를 탔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제일 힘들었다. 죽은 눈으로 어떻게든 버티는 서로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울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고 자리에 앉으니 쓰러지듯 잠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거창휴게소, 여기서도 화장실만 이용하고 버스에 탑승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니 어느덧 울산에 도착했다.

울산에 무사히 도착한 우리는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지고 각자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었던, 다사다난했던 짧은 1박 2일의 전주 여행도 마무리되었다.
 
 
지금까지 서툰 전주 여행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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