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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도광수의 여행/전라도 & 충청도

전주 한옥마을 여행기 1편 // 전주콩나물국밥부터 한복대여까지

by 또도광수 2023. 4. 12.

[전주 한옥마을 여행 - 1일 차]

-2023.04.01-

 

 

 

 

 23년 4월 1일, 벚꽃은 이 날만을 기다렸는지 전국에 자신의 화려함을 활짝 선보일 예정이다. 그 화려함에 홀린 듯 거리로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주말로 예상된다. 벚꽃 가득한 진해 군항제의 눈부심을 아직 잊지 못한 가운데 이번엔 전주를 여행하게 되었다.
  전주, 우리 커플이 여행지를 정할 때 3위안에 항상 들던 도시, 그러나 막상 선택받지 못한 비운의 도시. 무슨 바람이 불어선지 전국에 벚꽃이 흩날리는 지금 우리는 전주행 버스에 탑승했다.

 

 1주 만에 가게 된 여행은 적은 시간 동안 준비한 만큼 많은 부족함이 가득했다. 한복 대여, 숙소, 고속버스 예약 및 맛집, 카페, 관광지 검색. 기본에 충실했지만 자료의 질은 속 빈 강정처럼 빈약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1박 2일의 여정을 시작했다.

 

 

 


 울산에서 전주로 향하는 직항 고속버스는 하루에 5대 있다. 그중 첫차인 7시 50분 버스가 전주로 편안하게 모셔다 줄 버스이다. 각 도시의 고속버스터미널 기준 편도 4시간 거리로, 처음엔 자가용을 타고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상상을 했으나 도착한 후 내 정신 나간 얼굴 표정이 곧바로 떠올라 빠르게 포기했다.
 그래도 놀러 왔는데 맑은 정신, 밝은 미소, 행복한 표정으로 여행해야지 않겠나?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 일어난 시간은 분명 어제 출근을 위해 좀비 같은 표정으로 일어난 시간과 같았다. 하루의 목적이 다르니, 거울 속 표정이 다르다. 옆에서 숙면을 취하는 룸메이트에겐 미안하지만 벌써 흥이 올라버렸다.

 기숙사 식당에서 테이크아웃 샌드위치를 받아서 시내버스에 탑승했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은 심적으로 생각보다 멀고 험했다. 이게 다 자꾸 운전하던 습관이 남아있어서 그렇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차를 운전했으면 이미 도착했다는 상상. 아니 사실이긴 하다. 어쨌든 걸어가는 시간 동안 전주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일 동선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하늘을 올려봤다. 미세먼지 가득한, 구름인지 스모그인지 구별 안 되는 탁한 회색은 숨만 쉬어도 폐가 아픈 기분이다. 오늘 정말 사진 이쁘게 찍고 싶은데 한숨이 나온다.
 전주는 아니지...? 부탁이야 하늘님.

 

 

 


 고속버스터미널에 먼저 도착했다. 울산 고속버스터미널의 첫인상은 휑했다. 말 그대로 역사는 넓기만 하고 매우 허전한 공허함이 느껴졌다. KTX가 전국을 달리면서 그만큼 줄어든 고속버스의 입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쓸쓸했다. 과거엔 사람 가득했을 역사를 상상하며 자리에 앉았다.
 시간 맞춰 도착한 여자친구에게 오늘의 컨디션을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피곤하다."였다. 2주 연속 여행은 우리에게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확실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전주행 버스에 몸을 싣고 예약한 좌석에 앉았다. 버스 좌석은 생각보다 넓고 편하다. 종아리 받침까지 있어서 내 자동차에선 느낄 수 없는 만족스러운 착석감을 가지는데, 시트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으면 4시간의 편안한 숙면과 전주에 도착을 동시에 제공하는 기적이 찾아온다.

 상상해 본다. 3시간째 운전 중. 눈꺼풀은 언제 감길지 모르며 다시 뜰 힘도 없다. 그러나 앞으로 1시간은 더 이 지루한 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해!

 4시간의 운전이 아닌 숙면은 혁신이다. 한번 맛보니까 다음엔 운전 못하겠다. 그럼에도 전주에서의 기동성이 걱정되긴 하지만 말이다.

 

 

 


 정해진 시간에 버스는 출발하고 우리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배가 슬 부르면서 미처 자지 못한 나머지 졸음이 몰려왔다. 주말의 밝은 햇빛은 눈을 감아도 자신의 강렬함을 시위하듯 비춰온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머리만 대면 어디서든 잠을 잘 수 있는 잠만보. 편안한 버스 좌석은 어느새 날 깊은 꿈 속으로...

 옆에서 깨우는 목소리에 눈을 뜨니 어느덧 거창휴게소에 도착했다.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비몽사몽 한 상태로 화장실만 빠르게 갔다 온 후 잠을 다시 청했다. 여자친구는 화장을 해서 안대를 낄 수 없었다. 옆을 보니 출발 전 건네준 손수건을 머리에 얹어 빛 가리개를 만들더니 나보다 빨리 잘 준비를 끝냈다. 역시 피곤하면 뭐든지 할 수 있지.

 잠에서 깨어 창 밖을 바라보니 시내 풍경이 보인다.
 전주에 도착했다.

 

 

 


 전주, 전라북도 중앙부에 위치한 시, 조선의 뿌리인 도시, 경주와 더불어 전통문화 측면에서 인지도가 높은 도시.
 드디어 이 근본 가득한 도시에 발을 디뎠다. 첫 이미지는 반전. 상상 속 전주는 한옥이었는데... 얼른 한옥마을을 가야겠다.   내 로망을 지켜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한옥마을로 향하는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우리는 먼저 점심으로 콩나물국밥을 든든하게 먹고 여행을 시작할 계획을 세웠고, 그곳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대로 행한다. 여자친구가 그랬고 나 또한 그랬다. 지도를 잘못 보고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그녀나, 확인한답시고 찾아본 지도는 보행자 전용으로, 맞다고 착각해 따라간 그. 결국 길 반대의 정류장까지 갔다가 버스가 없음을 확인하고 돌아온 우리. 꽤 잘 어울려요.

 되돌아가는 길 서로 장난치며 웃음 짓는다. 여행의 좋은 점, 저 근심 없는 밝은 웃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행의 시작이 좋았다.

 

 

 


 때맞춰 온 버스 79번을 타고 '전주 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으로 향한다. 원래 남부시장 안 '다올콩나물국밥집'에 가려고 했으나 장기 휴무로 플랜 B로 찾아놓은 식당을 찾아간다. 항상 식당운이 없다. 찾아본 식당은 휴무, 재료 소진 마감, 폐업. 플랜 C까지 준비해야 마음이 놓인다.

 버스 안은 더웠다. 출발 전 찾아본 날씨는 최고온도 약 25도 언저리에 도달한다. 그러나 사람이란 동물은 망각하고 감에 따라 행동하며 후회한다. 땀이 삐질삐질 나면서 겉옷은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유난히 더운 날씨에 더워하는 여자친구를 보며 지난주의 고마움을 돌려줄 찬스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빚지고는 못살지!

 

 

 


 그전에 굶주린 배부터 해결하자. 한옥마을 바로 옆에 위치한 식당은 맛집으로 유명하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식당 주차장, 못해도 풋살장 2개는 만들 넓이 같다. 넓은 주차장이 식당 자부심의 크기를 대신한다. 식당 안에는 역사를 보여주는 오래된 주방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라북도 천년명가', '백 년 가게', 전주 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앞에 따라붙는 단어. 기대감이 하늘을 뚫는다.

 전주에서 먹는 첫 식사. 전주 왱이국밥 2인분과 모주 한잔. 주변에서 모주가 그렇게 맛있다고 떠들어서 궁금해 주문했다.

 

 

 


 전주 콩나물국밥과 수란이 나왔다. 수란을 맛있게 먹으려면 수란에 김과 국물을 잘 섞어서 콩나물을 찍어먹으라 했다. 취향에 따라 국에 섞어먹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안 좋아한다.

 전주에서 처음 먹어보는 전주 콩나물국밥의 맛은 시원했다. 빨간 국물이지만 맑은 맛을 내는 국밥, 이 국으로 해장한다면 술병에 걸려도 털고 일어날 것 같다. 서울에서 먹었던 콩나물국밥은 역시 현지 맛집에 비견되지 못했다. 서울에 살던 시절 가장 좋아했던 해장음식인 콩나물국밥, 그만큼 기대가 컸고 완벽히 기대를 충족했다.

 시원한 국물을 맛본 후 콩나물을 수란에 찍어 한입, 나중엔 수란을 국밥에 말아서 한입. 수란을 국에 넣으면 맛이 바뀌는데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맛이 궁금해서 오늘은 섞었다. 시큼하면서도 맑은 콩나물 국밥은 계속 먹게 된다. 거기에 씹히는 오징어사리는 아쉬웠던 고기의 존재를 대신하며 식감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모주는 별로였다. 배경지식 하나 없이 막걸리 생각하며 한 모금을 마셨는데 계피 향이 강한 술맛 안나는 막걸리 같은 한약맛...?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다. 나가는 길에 모주의 설명을 읽었다. "몸에 좋은 대추, 생강, 계피 및 여러 가지 한약재." 어쩐지 전통의 맛이 찐하게 나더라. 내 취향은 아니다.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고 탑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위치한 풍년제과 본점에 들어가 유명한 미니 초코파이 하나를 구매했다. 풍년제과 본점은 그냥 빵집이었고 초코파이 맛은 그냥 초코파이었다. 덜 뻑뻑한 빵과 크림이 부드러운 초코파이. 딱 그 정도. 전주에서 꼭 먹어볼 음식 중 하나인 만큼 기대가 컸는데 배신당했다. 앞으로 내 돈 주고 안 사 먹을 음식 리스트에 올랐다.

 

 전주 풍패지관 담장을 따라 올라가면 NC백화점이 있는 커다란 상권이 있다. 전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영향력 있는 곳임은 분명한 것 같다. 탑텐에 들리기 전 백다방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려 했다. 여자친구는 커피가 끌렸지만 나를 위해 깔라만씨를 주문해 같이 나눠 마셔줬다. 참 배려심 많은 고마운 여자다.

 

 

 


 깔라만씨를 처음 먹어보는데 정말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의 상콤한 맛이었다. 그에 반해 여자친구는 울산에 비하면 정도가 덜 하다며 맛있게 음미했다. 그 모습이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시간이 점점 딜레이 된다. 길에 파는 타코야키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타코야키 7알에 오리지널소스. 갓 구운 타코야키는 뜨겁고 맛있다. 특이하게 옥수수가 들어가 깊이를 더한다. '타코야끼전문점 사이코우' 한 번 먹어보시라. 그리고 서로 가쓰오부시를 좋아하는 사실, 오늘 공통점 하나를 더 찾았다.

 결국 보세 옷가게에서 옷을 한벌 구매해 입었다. 뭐 어쨌든 목적은 달성했으니 만족.

 시간이 지체된 만큼 서둘러 한옥마을로 걸어갔다. 오후 2시 반에 한복 대여점을 예약을 해뒀는데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한복을 입으려 했으나 시간상 먼저 한복 대리점에 방문했다.

 

 

 

 

 '색동저고리'는 취향에 맞는 치마를 고르면, 아니 색만 골라도 그에 맞는 한복을 조합해 추천해 주신다. 어마어마한 종류와 수의 한복 파도 한복판에서 30분의 씨름 끝에 핑크 & 화이트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은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이쁘다. 그러나 한복 한번 입는데 진이 다 빠졌다.

 우선은 체크인을 하기 위해서 숙소로 향했다. 여자친구는 익숙지 않은 한복이 불편해 가는 길에 불편을 호소했다. 계속 치마가 발에 밟힌다. 그래도 치마 앞부분을 잡고 걸어가는 옆모습은 퍽 귀여웠다.

  숙소도 문제였다. 입구를 못 찾아서 한 바퀴 돌고, 들어간 숙소는 1인용 예약이라 1만원을 더 내야 했다. 물론 방 퀄리티는 1인용으로 좁았다. 여기서 부족한 준비기간의 문제가 드러났다. 천천히 검색하고 예약했어야 하는데 당연히 2인용인줄 알고 덥석 예매해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짐을 풀고 이불에 기대니 긴장이 조금 풀렸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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