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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도광수의 여행/전라도 & 충청도

전주 한옥마을 여행 2편 // 한복 사진 명소부터 한옥마을 야시장까지

by 또도광수 2023. 4. 19.

[전주 한옥마을 여행 - 1일 차]

-2023.04.01-

 
 

 
 드디어 사진 찍으러 길을 나섰다. 오후 4시에 거의 다다른 시각. 해는 이제 떨어질 기미를 조금씩 보이고 있다. 사실 한옥마을 오면서 한옥에 벚꽃 가득한 모습을 상상했다. 현실은 벚꽃 없이 최신식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실망스럽다. 검색을 조금만 했더라면 벚꽃의 유무 정도는 확인 가능했을 텐데 그저 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 기대를 품고 전주로 향한 내 잘못이다.

 숙소 앞 담벼락에서 첫 번째 사진을 찍었다. 한복을 입고 처음 같이 찍은 사진. 사복을 입고 찍을 때와는 다른 묘한 감동이 있다. 사진을 찍는 중 한 외국인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말을 걸어왔다. 알겠다고 답했다. 우리의 사진이 먼 타국에 퍼지겠지만 당장 이쁜 사진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칠 순 없었다.
 받은 사진은 기대만큼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보여줬지만, 카메라가 너무 좋아서 우리 피부가 너무 적나라하게 사진 속에 담겼고, 보정이 시급하다.
 
 

 
 사진 한 장과 따뜻한 햇살, 기분 좋게 길을 따라 걸으며 한옥마을의 멋을 감상했다. 그러다 만나는 포토 스팟에선 잠시 멈춰서 추억을 남기며 여행을 만끽했다.
 사진을 찍던 중 옆 커플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괜히 눈치가 보일 정도의 심각한 표정. 갑자기 남자가 돌아서 욕을 하며 옆을 지나갔다. 정 반대로 걸어가는 여자, 한 커플이 깨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보다 이 좋은 한옥마을에 와서, 기분 좋자고 여행을 와서 싸우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전동성당으로 향하는 길, 수많은 길거리 음식이 눈과 코를 사로잡았다. 냄새가 정신을 혼미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 저녁은 길거리음식과 남부 야시장음식으로 배를 야무지게 채울 계획으로 꾹 참았다. 모두들 똑같은지 줄을 길게 서서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아껴뒀지만 냄새에 침이 저절로 고였다.
 
 

 
 해 지기 전 전동성당에 도착했다. 예배시간인지 일반인의 출입을 금했고 사람들은 출구 앞에 줄 서서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우리도 줄을 선채 오랜 시간을 기다렸고 차례가 돌아왔다. 텅 비어있는, 전동성당만이 존재하는, 그 속에 우리만 앵글에 담기는 아름다운 사진을 찍었다. 기다림은 힘들었지만 사진이란 열매는 짜릿했다.
 
 사진을 찍던 중 성당 관계자가 들어오면 안 된다는 말을 했고, 옆에 다른 관계자는 놔두라고 하며 지나갔다. 그런 이야기가 들려오니 뒤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불안했는지 "혼자 전세 냈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우리도 오랜 시간 기다려 얻은 기회인데 사진 찍으면 얼마나 길게 찍는다고 말이다.

 우리는 포토스팟이 있는 카페 '마시랑게'로 갔다. 주문 전 포토스팟에 올라가니 대기 인원이 엄청 밀려있었다. 일단 대기를 예약한 후 밖으로 나왔다. 대기가 너무 많아 언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혔다.
 바로 옆 카페 '원데이'에 들어가 여자친구가 원하던 커피를 마셨다. 나는 딸기주스를 주문했다. 확실히 달달한 게 들어가고, 다리에 휴식을 부여하니 텐션이 살아났다. 약 30분 이후 다시 대기를 확인하니 순번이 오기까지 아직 많이 멀어서 경기전을 먼저 가기로 정했다.
 
 

 
 전주 경기전, '경기'라는 이름은 '경사스러움이 터 잡은 곳'이라는 뜻으로 지은곳.
 전주 경기전 담벼락에는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우리도 대열에 합류해 사진을 찍었다. 뭔가 한복을 입은 만큼 어울리지도 않는 양반 같은 포즈를 취해봤다. 그래도 나 정도면 양반이긴 한데 말이다.

 경기전 입장 전 길거리 음식을 먹으려 했다. 우연히 입장시간을 보게 됐고 6시 입장 마감을 확인했다. 그리고 내 시계는 5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얼른 표를 구매해 안으로 들어갔다. 한복 입고 사진을 못 찍는 대참사가 발생할뻔했다. 
 솔직히 경기전에 대해 모른다. 남들 다 돈 내고 들어가는 곳. 이유가 있으니 들어가는 게 아니겠는가. 일단 들어와 봤다. 때마침 하늘은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풍경을 노을빛으로 물들였다. 걸어가다 아무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포토 스팟이 되는 곳.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과 풍경을, 우리의 모습도 사진에 담았다.
 
 

 
 사진을 찍으며 이동하길 잠시 사람들이 줄 서있는 곳을 발견했다. 확신 가득한 포토존이다. 입구에 대나무가 가득하여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소로 얼른 대기열에 합류해 차례를 기다렸다. 삼각대를 세우고 단독 사진을 찍었다. 같이 찍으려 할 때 블루투스 리모컨을 뒷사람에게 눌러달라 부탁했다. 때마침 볼라드등도 불이 들어와 사진에 아름다움이 더해졌다.
 부끄러움을 숨기며 한껏 멋있는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에서 공주님 안기를 외치기 시작했다. 공주님 안기. 후 무사히 끝마쳤다. 아름다운 경기전을 구경하면서, 사진을 남기면서 시간을 보내다 밖으로 나왔다.
 
 오늘 목표 3곳 중 2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마시랑게 사진에 다시 도전! 아쉽게도 순번이 지났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한복을 반납하기로 했다. 치마가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전에 길거리 음식 '오짱'을 먹기로 했다. 배가 너무 고픈데 냄새가 그 틈을 정확하게 찔러왔다. 여자친구는 줄을 서고 나는 숙소에서 가방을 가지고 오기로 했다. 크로스백을 가지고 숙소에서 나오는 길 전화가 왔다. 줄이 길어서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빠르게 순서가 돌아와 오징어를 받았다고, 빨리 가야겠다. 후다닥 뛰어서 도착했고 사진 찍을 겨를 없이 얼른 오징어를 입에 가져갔다. 나는 오징어를 좋아한다. 거기에 튀기고 매콤한 양념까지 바른 오징어라. 배까지 고픈데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다 먹고 보니 오징어를 받고 오짱 마크에서 다들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눈 돌아가서 허겁지겁 먹었다. 인생 뭐 있나 대충 사는 거지.

 그렇게 배를 가볍게 달랜 후 한복을 갈아입으러 갔다. 거기서 사진을 인당 1장씩 인화해 줬는데 프린터가 문제인지 사진 끝부분이 흔들려 나왔다. 사장님께 말씀드리니 한 장 더 서비스로 뽑아주셨다.
 
 


 길거리음식과 야시장음식으로 배를 채우려는 계획에 저녁을 먹고 길거리 음식을 먹자는 요구가 들어왔다. 깔끔하게 목적지를 '장가네 왕족발'로 정했다. 메뉴 중 콩나물 양념족발의 맛이 궁금해 찾아갔다. 콩나물 양념족발은 소가 없어서 중을 주문했고 콩나물국밥이 서비스로 나왔다.

 콩나물국밥은 점심으로 먹었던 맛에 비하면 별로지만, 족발의 느끼함을 풀어주는 역할로는 제격인 맛을 가지고 있었다. 소주 한잔을 먹으면 기가 막히겠다.

 콩나물 양념족발은 처음 먹었을 때는 맛있었다. 매콤하고 달달한 양념이 살에 잘 스며들어 부드러운 족발의 맛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식으면서 점점 달달한 맛이 강해지고 양념인지라 물렸다. 문제는 사이드 반찬으로 전혀 손이 가지 않았다. 사이드 반찬은 기본 왕족발에 매우 어울리는 조합과 맛을 가졌다. 양념족발은 그 자체로 맛있었으나 단독으로, 메인으로 먹기에는 물렸다. 여러 사람과 왕족발, 양념족발을 같이 주문해 먹었다면 아주 맛있겠다고 생각했다. 술과 함께라면 더 좋고. 현지인 맛집이라 추천받아 왔는데 손님 전부 왕족발을 시켜 먹고 있었다. 주변을 잘 둘러보고 현지인을 따라먹었어야 했다.
 
 


 저녁을 배 터지게 먹은 후 날씨가 추워 숙소에서 겉옷을 입고 야시장을 가기로 했다. 걸으면서 소화시키려 했는데 오락실 2층 펌프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소화엔 몸을 쓰는 게 제격인 만큼 펌프 한판 하자고 했다. 2층 난간 쪽 바람이 선선히 불어오는 가운데 돈을 넣고 게임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펌프에 올라간 여자친구가 버튼을 누르니 자동으로 시작되었다. 일단 시작된 게임이니 펌프에 몸을 맡겼다.
 난이도를 쉬운 것부터 점점 높여갔다. 난이도 5까지는 몸이 박자에 반응했는데 6부터 리듬게임 젬병의 모습이 나왔다. 4판 중 3판을 여자친구에게 졌다. 리듬게임은 나랑 안 맞는다. 어렸을 때부터 어려웠다. 그래도 첫 펌프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하긴 했다.

 펌프를 하니 몸에 땀이 났다. 이제는 전혀 춥지 않고 약간 더운 이 온도 그대로 길을 걸으며 전주의 밤을 느꼈다. 길가엔 버스킹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우리의 사이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전주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

 생각보다 장사를 많이 하고 있었다. 육전부터 각종 길거리음식에 다른 나라 음식까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널려있었다. 먼저 배가 부른 관계로 야시장을 구경하며 눈으로 음식을 맛봤다. 그러다 마주친 게임장에서 오리 잡기를 했는데 오리인형을 3번 낚아 5점부터 상품을 주는 게임이었다. 1만 원에 3번, 확률은 매우 낮은 게임이지만 놀러 온 기분으로 오리를 낚아 올렸다. 사장님이 기회를 계속 주셨지만 결국 마의 5점을 넘지 못했다. 아쉬워서 그냥 잡아본 오리에선 4점이 나오는 게 인생인 것 같다. 그래도 사장님이 너무 감사하게 5점 상품인 비눗방울을 주셨다.

 야시장을 계속 돌아다녔으나 결국 음식은 육전만 주문했다. 맛있는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으나 배가 거부했다. 육전도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숙소에 도착해 이불에 기대니 피로가 몰려왔다. 포장해 온 육전을 먹고, 씻고, 잘 준비를 해야 하지만 만사가 귀찮다. 눈을 감으니 잠에 들 것 같았다. 빠르게 잘 준비를 끝내고 이불을 폈는데 방이 얼마나 좁은지 둘이 누우니 꽉 찼다. 그럼에도 피곤해 눈을 감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전주 첫 번째 밤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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